행복을 원한다면 복지국가에 투표하라!

윤호창(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

매년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에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에서 발표하는 각국의 행복순위는 그 사회의 삶의 질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지표다. 올해 한국은 2019년 보다 행복순위가 7단계나 내려간 61위를 차지했다. 행복도 조사가 2018~19년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촛불시민혁명 이후에 진행된 문재인 정부의 사회 개혁과 혁신이 아직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여기에는 복지국가개혁의 발목을 잡은 국회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싶다.

행복순위는 이번에도 북유럽의 5개 국가가 수위를 차지했다. 핀란드가 3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덴마크(2위), 아이슬란드(4위), 노르웨이(5위), 스웨덴(7위)가 뒤를 이었다. 2012년부터 진행된 이 조사를 보면, 보편적 복지가 국민의 삶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5천만 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나라들 중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 이상인 3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했지만, 삶의 질이나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은 여전히 취약하다.

국민행복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복지국가로 과감한 방향 전환과 관련 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복지국가로 가는 본질적인 거대 개혁이 없이는 이십 년째 계속되고 있는 최고의 자살율과 최저의 출산율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날 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수준이면 급속한 인구감소가 예상되는데, 이런 강한 충격을 우리 사회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제21대 총선을 맞아 복지국가로 가는 전환적 개혁을 위해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 10가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은 갈등과 대립의 대명사로 보이는  국회와 정치권의 모습이다. 국회가 생산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보다는 부정적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은 엘리트 중심으로 기득권의 이해를 주로 대변하는 대의민주주의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해서 많은 국가들에서 새로운 민주주의 도입이 모색되고 있다. 이미 많이 공론화가 되었지만, 민주주의의 온전한 작동을 위해서는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국민투표제 등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해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해야 한다.

둘째, 지난해 1년 동안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고소·고발이 난무한 가운데 법안이 통과되었으나, 제1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인정해버림으로써 입법의 취지와 내용이 퇴색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극단적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종식시키고 정책 중심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해서는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완전한 비례대표제를 통해 정책 중심의 정당정치를 했기에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었다.

셋째,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부동산 불로소득이다. 문재인 정부가 서민들에게 신뢰 받지 못한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동산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20번에 가까운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지만, 경실련에 따르면 서울의 집값은 이번 정부 들어 평균 4억 원이 상승했고, 60%의 시민들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불로소득 건물주가 미래 세대의 장래 희망이 되었고, 높은 부동산 가격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적어도 참여정부가 제시했던 것처럼,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 1%와 OECD 평균 정도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한국 사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이 각각 1/3이라고 할 만큼 비정규직과 자영업의 비중이 높고, 정규직의 비중이 낮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임금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별 때문에 노동의 양극화가 이뤄져 있다. 이런 노동의 양극화는 동일한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한다는 사회적 기준이 마련되어야만 완화될 수 있을 수 있으며,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유로운 노동의 이동과 혁신도 가능해질 것이다.

다섯째, 교육 문제다. 시민들은 유아기부터 자녀 교육에 엄청난 비용과 에너지를 투입하지만,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 핵심에는 서열화 된 대학과 입시제도가 있다.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개선 없이는 교육개혁을 이루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가장 유력한 대안 중의 하나는 국·공립 대학의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대학의 서열화를 없애자는 제안이다. 이미 지난 20년 동안 국·공립 대학의 통합대학 구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해왔으며, 유럽의 사례도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단순히 입시제도의 변화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섯째,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것은 최저임금의 상승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문제와 동일시될 정도로 최저임금 문제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지만, 우리 사회가 점검해야 또 다른 문제는 기업이나 조직 내에서 최저임금과 최고임금 간의 격차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미 부산시, 경기도 등 지방정부에서는 최고임금 제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켜 기업 내에서 적용하는 ‘살찐 고양이 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일곱째, 우리나라는 1991년부터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해 역사가 이미 삼십년에 가깝지만, 여전히 인사권이나 재정권이 없는 부실한 지방자치에 불과하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헌법개정안을 내면서 ‘연방제에 준하는 자치분권’을 제안했지만, 보수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 보다 지방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세입 비중은 국비와 지방비의 비율이 8:2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복지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방정부에 일정 비율로 분담을 하도록 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재정은 파산을 우려할 만큼 심각한 상태에 처해있다. 주민의 삶과 생활에 밀접한 기초지방정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만 변화와 혁신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은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복지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중앙정부, 광역정부, 기초지방정부 간의 역할과 예산의 재조정을 통한 복지대타협을 통해 지방정부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여덟째, 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기형적 모습을 가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주거, 환경, 교육, 교통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파생되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현격하게 낮추고 있다. 세종시에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건설하고 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수도권 인구 집중은 오히려 심화되었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조치들을 취해야만 인구 분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앞서 말한 국·공립대학의 통합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지역 인재를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높은 수준까지 채용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지역순환경제와 자립도시의 기반을 구축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홉째, 지난해부터 7세 미만의 모든 아동들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보편적 아동수당이 도입되고, 최대 30만 원까지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가 운영하고 있지만, 취약인구에 대한 보편적 복지는 여전히 취약하다. 우리나라는 취약한 아동복지로 인해 2018년과 2019년 연속으로 합계출산율이 1.0 미만으로 추락했으며, 보편적 노후보장의 미비로 인해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은 각각 OECD 평균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상대적 취약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사회수당을 강화해야 한다. 아동수당, 장애인수당(연금), 노인수당(기초연금)의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지급액을 늘리려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재원조달과 함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 지출을 늘려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OECD 평균(GDP의 22%)의 절반 수준((GDP의 11%)에 머물고 있다. 빠른 시간 내에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저부담·저복지가 우리나라를 불안하고 불행한 사회로 만들고 있는 만큼 사회적 논의와 대타협을 통해 OECD 평균 수준에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육, 교육, 의료, 요양 등의 사회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지 않은 한, 한국 사회의 행복지수는 상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가 거쳤던 300년에 걸친 근대화의 과정을 우리나라는 압축적으로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반면, 다양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코르나19 사태의 대응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잠재적 역량은 결코 만만치 않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결국, 이런 문제를 공론의 장에 올리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유력한 공간은 바로 정치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치르고 있다.  

4.15 총선이 중요하다. 사전투표의 높은 열기는 국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결코 낮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문제는 어떤 방향인가, 이것이다. 지난 87년 헌법체제가 정치적·형식적 민주주의 완성에 있었다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복지국가의 실현이 중요하다. 제21대 국회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시대에 뒤떨어진 헌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헌법 개정의 방향은 시민 참여를 통한 복지국가의 실현에 맞춰져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국민행복의 역동적 복지국가로 갈 제7공화국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위의 10대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이 과제를 함께 실현할 ‘복지국가 후보’들은 찾았다.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스스로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서 마중물 되기를 자임한 후보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복지국가 후보들의 소중한 역할을 통해 제21대 국회에서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복지국가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유권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참여가 필요하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복지국가 후보’들이 이번 총선에서 선전하고 이후의 의정활동에서 복지국가 건설의 선봉에 서 주실 것을 기대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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