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5총선에서 ‘주권 회복 투표’도 가능할까?

윤호창(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

코르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려 버렸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코르나19가 무분별한 자연생태계의 파괴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개발과 편리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과 속도를 성찰하고, 시민으로서 놓치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숙고해봐야 할 시간이다.

국민들이 잘 모르는 헌법개정안

코르나19에 많은 소식과 정보들이 묻혔다. 지난 3월 6일 헌법개정안이 국회의원 148명의 참여로 발의되었고,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지난 3월 11일 공고된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이제 국회의원 2/3가 동의하면 국민투표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헌법개정안이 공고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고, 대다수 국회의원들도 코앞의 선거 때문에 헌법개정안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번에 제출된 헌법개정안은 제128조 1항에서 국민발의권을 도입하는 것만을 명시한 원 포인트 개헌이 핵심이다. 기존의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이번에는 여기에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인 이상’이라는 항목이 추가되었다. 즉, 유권자 100만 명 이상이 발의하면 헌법 개정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발의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원혜영 의원 등 93명, 미래통합당에서는 김무성 의원 등 22명이 참여했으며, 정의당과 민생당 등을 포함해 모두 148명의 동의를 받아 발의했다. 현재 국회의원 재적수가 295명이기 때문에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발의에 참여한 의원 수(148명)에 더해 49명이 추가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이번 헌법개정안이 공고에 이르기까지 ‘국민발안개헌연대’라는 시민단체와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라는 국회의원 모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1월, 개헌연대라는 시민단체가 결성되었고, 국민발안 도입에 동의하는 국회의원들이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개헌연대가 목적으로 삼았던 4.15 총선과 동시 국민투표를 하는 데는 국회의결이라는 관문을 남겨두고 있지만, 부족한 49명의 국회의원들이 참여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무엇이 한국 사회를 불행하게 만드는가?

코로나19와 함께 시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 중의 하나가 새롭게 시작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지난 1년 동안 선거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고, 고소·고발이 난무하더니 기실 개정안도 시민사회의 기대와 상관없이 누더기로 통과되었다. 그래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통과의례라고 생각했으나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총선용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정하면서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고 했던 애초의 취지는 수십 년 동안 기득권을 가진 거대 양당체제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그래서 소수 정당들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고, 혁신과 변화, 타협과 조율의 정치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오랜 정치 개혁의 소망이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자, 여당도 위성정당을 만들어 개정선거법에 상관없이 거대 양당 중심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여·야 거대 정당의 대결과 갈등 속에 환경, 미래, 청년 등을 위한 소수 정당의 목소리를 들이지 않고, 1년간의 논란 끝에 선거법은 바뀌었으나 현실은 그대로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3월 20일은 UN에서 정한 ‘세계 행복의 날’이다. 매년 15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행복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2020년 한국 사회는 153개국 중에 61위를 기록해 2019년보다 행복 순위가 7단계나 하락했다. UN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기대 수명, 사회적 자유, 관용, 부정부패 등 6가지 항목으로 조사를 하는데 한국 사회에 대한 질적 평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 발표된 세부항목의 순위를 보면, 조사한 156개 국가 중에 기대수명은 9위, 1인당 GDP는 27위, 관용은 40위로 비교적 앞 순위를 차지했지만, 사회적 지지는 99위, 부정부패는 100위, 사회적 자유는 144위를 차지했다. 뒤의 3개 항목은 후진국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대한민국이 자유가 없다는 말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형식적 자유가 아니라 실질적·적극적 자유를 말한다면 한국 사회는 진짜 자유국가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양극화는 미국과 함께 주요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이며, 부의 대물림으로 계층 간의 이동가능성은 사라졌으며, 교육은 계층의 고착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불행 사회의 이면에는 변화지 않는 기득권층들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가 놓여있다.

지난해 8월 한국정책리서치가 조사한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보면, 국회가 9%, 검찰이 23%를 차지해 최하위와 그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10명 중 1명도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검찰은 10명 중에 2명 정도만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조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조사에서 국회와 검찰은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불평등을 바로 잡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국회와 검찰이 국민들이 지지와 신뢰를 받지 못하니 경제 수준과 다르게 국민들이 불행과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참여민주주의가 대안이다!

최근 코르니19에 대한 한국 사회의 성공적 극복과정이 알려지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는 ‘국난 극복이 취미인 대한한국 국민’이라는 글과 그림이 농담처럼 떠돌고 있다. 그것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웃픈’ 느낌이 든다. 실제로 국난의 대부분은 기득권층의 권력투쟁과 무사안일이 일으키고, 이것의 극복은 민초들이 온 몸으로 싸우면서 역사를 만들어왔다.

멀리는 임진왜란부터 독립운동까지, 가까이는 1997년 외환위기의 금 모으기부터 2017년 촛불시민항쟁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위정자들이 파국으로 이끌고 가면, 민초들은 온 몸을 바쳐 수렁에서 겨우 건져내는 것이 한반도 역사의 반복이었다. 이런 역사가 반복된 데는 물론 민초들의 탓도 있다. 근본적인 개혁 없이 문제가 봉합되는 듯해지면 원래의 자리로 쉽게 돌아가 버리는, 치열함의 부족도 있었다. 국가와 국민들을 농락했던 루이16세를 단두대로 보내고, 히틀러와 나치에 부역했던 4만 명을 처형한 프랑스인들 같은 치열함이 없었다.

신뢰는 받지 못하지만, 기득권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국회와 검찰이 스스로를 개혁하고 혁신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기대를 보내고 청원을 했지만, 국민들이 보는 것은 현재의 모습 그대로다. 결국 근본적 개혁과 혁신을 위해서는 국민이 직접 나서는 직접민주제의 강화 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국민이 헌법과 법률을 제안할 수 있는 국민발의권, 발안된 법률을 적정한 방식으로 최종 결정할 수 있는 국민투표권, 위임한 권력을 오·남용할 때 행사할 수 있는 국민소환권을 이제 국민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번 헌법개정안은 그것의 첫 단추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국민발의권은 1954년 제2차 헌법 개정 때 신설되었다가 1972년 유신헌법에서 삭제 당했다.

이번 헌법개정안의 의미가 큰 것은 직접민주제의 3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국민발의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데 이미 절반의 국회의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정치개혁과 국회개혁을 스스로의 힘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우며, 국회와 시민사회의 협력을 통해서만 이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국회의원들은 의사를 여전히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번이 48년 전에 사라진 주권 회복의 숙원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누더기가 된 연동형 선거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이해관계 당사자인 정당과 국회의원들에게 맡겨두었으니 누더기가 된 것은 당연하고, 앞으로도 그런 역사는 계속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국민들이 국민발의를 통해 선거관리위원회에 같은 이해관계가 적은 곳에서 국민들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선거법을 개정하라고 했으면, 그 양상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행복 순위가 높은 국가, 핀란드와 스위스를 보자!

올해 세계 행복국가 1위는 3년 연속으로 핀란드가 차지했다. 인구 550만 명의 작은 나라지만,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로 강소국, 행복 사회의 면모를 지키고 있다. 언제나 행복 순위 10위 안에 드는 북유럽의 국가들이 거의 그렇지만, 핀란드도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원을 뽑은 완전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완전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기에 좌파, 우파, 중도좌파, 중도우파가 골고루 국회에 들어가 있으며,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를 해나갈 수밖에 없다. 만약 비합리적이나 비이성적인 방식으로 정당 활동을 한다면, 그 정당 자체가 활동 기반을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선거에서 30대 여성 총리가 탄생한 것도 이런 정치제도와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핀란드는 1918년 공화정을 수립할 때부터 완전비례대표제를 채택해 정당들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로 수렴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통해 복지국가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2년 국민의 1.2%에 해당하는 5만 명이 발의를 하면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국민발의권을 헌법에 부여했다. 급변하는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끊임없이 시민들과 함께 혁신하고 변화하는 자세와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3년 연속 세계 1위의 행복국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의 선두주자는 스위스다. 인구는 850만 명에 불과하지만, 철저한 지방분권과 연방제,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가장 혁신적이고 안정적인 강소국이다. 스위스는 1848년 헌법을 제정해 지금까지 200여 회의 헌법 개정을 통해 시대에 조응하고 국민의 요청에 부응하려고 노력했다. 이처럼 스위스가 자주 헌법 개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권자 10만 명이 참여하면 헌법 개정을 할 수 있는 국민발의권과 국민투표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이었지만, 연방제, 중립국, 직접민주주의 덕분에 유럽의 강소국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흔히 하는 오해 중의 하나가 직접민주주의는 사회 분열을 낳는다는 것이지만,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 덕분에 사회 통합과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공용어로만 4개 국어를 쓰는 다인종 국가지만, 자치분권은 혁신을 낳고 직접민주주의는 사회 통합을 낳는다는 것을 스위스는 역사를 통해 증명해 보였다.

대한민국은 핀란드의 역사와 스위스의 주변 환경과 많이 유사하다. 핀란드는 19세기 내내 이웃 러시아에게 1백년간 지배를 받았고, 공화정을 수립하자 말자 좌·우파 간의 이념 전쟁으로 전체 인구의 1%가 희생되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반도처럼 스위스는 알프스 산악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자원과 토지가 부족하고, 이웃 4대 강국으로부터 끊임없는 위협을 당해야 했다. 핀란드와 스위스는 이런 내·외부의 어려운 상황을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치 시스템과 문화를 통해 작지만 강한 나라로 만들 수 있었다.

대한민국,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국민의 취미가 국난극복’이라는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를 더 이상 듣지 않으려면, 국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기득권 엘리트에게만 국가 운영을 맡겨두어서는 또 언제 어떻게 국민들이 국난극복에 나서야 할지 모른다.

국회의원 과반이 참여해 헌법개정안이 마련되었고, 대통령이 공고를 해 20일간의 법정공고 기간도 마쳤다. 이제 남은 절차는 국회의원의 2/3가 동의하는 절차와 국민투표가 남았다. 개정할 사항이 많으면 많은 시간과 토론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개정안은 하나의 조목, 국민에게 헌법 개정을 제안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내용밖에 없다. 몇 자 추가되지 않는 개정헌법이지만, 이 헌법조항이 국민에게 주는 힘과 권한은 적지 않다. 이 헌법조항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불평등과 부정의를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게 된다.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받는 제20대 국회의원들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이번 헌법개정안을 통과시키고, 4.15벚꽃 총선과 함께 국민들이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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