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이후의 대한민국

이상구(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겸 운영위원장)

4.15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 19에 가려져 총선 보도는 뒤로 밀리고 있다. 가뭄에 콩 나듯이 보도하는 총선 이야기도 비례정당 참여 여부나 누가 공천받거나 탈락했다는 등의 소식이 대부분이다. 어느 당이 무슨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지, 어느 후보가 당선되면 무슨 일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지는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코로나 19는 곧 지나갈 것이다. 이제는 전염병이 주는 위협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침체와 이후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 앞으로 4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총선 공약에 나타난 각 당의 정책 방향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미세먼지 대책을 별도의 항목으로 발표했다. 그런데 미세먼지 대책의 주된 정책 방향으로 원전 재가동과 원전 폐기 정책의 폐지를 제시했다. 미래통합당은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범이 화력발전소라고 보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이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 차례 논의를 통해 영구 정지시킨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겠다고 제시했다. 특히 원전 가동율을 80% 이상 고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공약은 법으로 원전 발전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실행 가능성도 의심스럽다.

미래통합당은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조치를 대통령과 당 대표들의 회동 자리에서뿐만 아니라 4.15 총선 공약으로도 요구하면서 하루빨리 시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세먼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과 국제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한다. 한중 정상 연례회의, 한중 환경 장관 상설기구 등의 구체적인 활동으로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공동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인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 금지를 요구한다. 이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으로 논리적으로 어긋난다.

특히 미래통합당은 일본이 일방적으로 한국인 입국 금지와 비자 취소 조치를 단행한 데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무려 16,000명이 넘게 독감으로 사망한 미국에 대해서도 전혀 입국 금지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주장은 합리성과 공정성이 의심스럽다.

근로시간 연장을 벤처기업 육성 정책으로 공약했다는 것도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사실이다. 미래통합당은 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 유연화를 벤처기업 육성 정책으로 공약하고 있다. 즉 벤처를 포함해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이고 일률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함으로써 벤처업계의 경쟁력과 열정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판단에 따라 미래통합당은 벤처기업의 현실적인 업무 내용과 고용환경을 고려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최대 1년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3개월로 확대하여 경직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로 인한 부작용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하고, 벤처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획일적‧일률적인 주 52시간 적용 예외 인정을 추진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관철하겠다고 주장한다.

벤처기업을 포함한 일반적인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인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와 갑질 계약 등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거나 경제 민주화를 해야 한다는 언급은 하지 않는다. 반면에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지주회사에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소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대기업들이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허용하며, 이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수익을 회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금산분리 정책을 폐기하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정책도 제시하고 있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 현역병의 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공약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장병 복무환경이 사회적 변화 추세를 제때 반영하지 못해 군기 문란, 기강 해이, 사기 저하 등이 만연해져 장병들의 전투력이 약화되고 있어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래통합당은 2020년부터 육군·해병대는 18개월,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2개월을 복무하도록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한 것이 전투력 약화의 원인이라는 분석에 따라 현역병 복무 기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현역 복무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보완책 없는 일괄적인 복무 기간 6개월 단축으로 초래된 역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육・해・공군의 복무 기간을 보다 공정하게 재설계하겠다는 것은 공정이라는 명목으로 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대령 이하 장교 및 준·부사관 계급 정년을 연장해 최대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고, 임금 피크제를 적용하여 정년을 추가적으로 연장하기 위한 「군인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공약의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정책이다. 타 직종과 달리 유사시에 전투 현장에 투입해야 하는 병력 자원이기에 45세의 계급 정년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는 전투를 수행하지 않는 군인(?)을 만들어 국방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당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검찰 개혁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의 입장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공수처를 무소불위의 ‘괴물’이라고 지칭하면서 공수처 폐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검찰의 예산 편성을 법무부에서 독립시키고, 검사의 인사를 법무부에서 대검찰청으로 이관하여 검사의 인사상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군과 경찰 등 권력기관에 적용되는 ‘문민 통제’의 원칙을 검찰에 대해서만은 예외로 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획기적인 공약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현재의 2년에서 대통령 임기보다 긴 6년으로 하겠다는 공약이다. 검찰총장 임기를 연장하여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대통령을 포함한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과 직·간접적인 정치 개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지금까지 어렵게 이끌어온 검찰 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고 공약함으로써 촛불 국민의 염원을 확실하게 외면하고 있다.

총선 이후 구성될 21대 국회의 전망

코로나19에 대해서는 과도할 정도로 많은 보도를 하면서 선거 보도는 여전히 정당의 이합집산과 공천 관련 잡음 정도만 보도하는 등 총선 관련 언론의 보도 태도는 그 의도성이 의심될 정도로 양이 적고 내용도 편파적이다. 새로 출범한 2020 총선미디어감시연대는 ‘코로나 19’ 때문에 선거 관련 보도의 양이 전체 보도의 11.4%에 그치고 있다고 총선 보도 관련 양적 분석 보고서에서 발표했다. 총선 보도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보면, 무려 77.3%가 ‘정당 행보’에 집중되어 있다. 기사의 대부분은 정당의 동향이나 이합집산, 후보 공천 과정을 중계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미디어오늘, http://www.mediatoday.co.kr).

선거 이후 국민의 삶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공약과 정책 비교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니까, 언론 역시 촛불 혁명 이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민주당이 공약한 국회의원 국민 소환제와 국민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국민 발안권을 공약으로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아무 언급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신천지 압수 수색 영장을 계속 기각하는 검찰을 편파적으로 두둔하는 기사들과 더불어, 중요 공약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정치 개혁과 발전을 미필적 고의로 의심되도록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현재의 선거 양상이라면 어느 당이 어떤 공약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투표를 해야 한다. 어느 당의 공약이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지 국민들이 모르고 “깜깜이”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에 대해 정당들이 공개적으로 논쟁하고,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실종돼있는 것이다. 어느 당이 무슨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치러지는 선거라면, 선거 이후에 펼쳐질 상황도 밝을 수 없다.

특히 미래통합당은 정책과 공약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태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 발표한 총선 공약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약 자체의 타당성과 합리성에 대한 평가를 떠나 대부분의 공약이 민주당과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만 집중되고 있다. 비판한 이후에는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하는데, 비난과 비판은 개별 수치까지 넣어서 아주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데, 반면에 대안은 두루뭉술하게 좋은 표현들을 모아 시적(詩的)으로 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 미래통합당이 제1당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개혁들은 거의 무산되고 촛불 혁명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래통합당이 다수당이 되어 국회의장과 다수의 상임위원장에 포진하게 되면, 촛불 혁명을 통해 요구로 제출된 각종 사회정치적 개혁들이 어렵게 끌고 온 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뒤집힐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당명도 바꾸고 PK와 TK 지역에서 대폭적인 물갈이를 하고 있지만, 당의 정책과 노선은 이명박근혜 정부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촛불 혁명의 지엄한 요구를 수용하거나 인정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공약을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새로 출범할 21대 국회도 지난 20대 국회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여전히 “생산적인 국회”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루하고 소모적인 정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국민의 생활을 외면했던 형태가 되풀이될 것 같다. 이번 총선이 의미 있는 선거가 되고 촛불 혁명을 완성하는 마지막 선거가 되도록 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남는 선거가 되는 방법은 각 당이 정책과 공약을 두고 토론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각 당의 홈페이지에 가서 열심히 공약을 찾아보자. 총선 이후의 대한민국을 염두에 두면서 관심을 가져 보자. 그리고 선거 과정에서 정책이 실종되면 누가 손해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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