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동청, 코웨이 방판 노동자 노조 설립 ‘외면’

특수고용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사법적 판단이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노동청이 코웨이 방문판매서비스(코디·코닥)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설립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웨이 코디·코닥지부(여성·코웨이 레이디, 남성·코웨이 닥터)는 3월10일 서울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설립필증을 즉각 교부하라”고 요구했다. 지부는 지난 1월 31일 서울노동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합법적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획득해 회사의 부당행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노동청은 40일이 넘도록 설립필증을 교부하지 않고 있다.

설립필증 교부 업무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행정관청이 노조 설립신고서를 접수한 때로부터 ‘3일 이내’에 필증을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노동청이 노조 설립 필증 교부에 고민하고 있는 이유는, 방판근로자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은 사실상 회사에 소속돼 일하지만 회사로부터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개인사업자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카드모집인, 캐디 등도 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위탁·도급 등의 계약 형태로 일해 계약 해지·해촉으로 쉽게 해고를 당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인정받지 못해 권리 요구의 제한을 받고 있다.

특수고용직은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회사는 이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노동청은 코웨이 코디·코닥 노동자들이 올 초 노조 설립 신청을 하자, ‘4대보험 가입증명원’과 ‘근로계약서’를 요구했다.

코디·코닥 측은 “이런 보완서류를 요구하는 것이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과연 맞는 것인지, 또 출석조사시에는 필증교부 업무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질문을 하는 등 서울고용노동청은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웨이 코디·코닥지부(여성·코웨이 레이디, 남성·코웨이 닥터)는 3월10일 서울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노동청은 노조 설립필증을 즉각 교부하라”고 요구했다.

서울고용노동청은 “코웨이 코디 측은 근로자라고 주장하고, 회사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법상 근로자성에 대한 다툼이 있어 사실확인 중이다. 언제 결정난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에 판단은 다양한 행정, 판례 등에 따라 판단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사법적, 행정적 판단은 이미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쯤 부산지방법원과 서울행정법원은 각각 대리운전기사와 택배기사는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특수고용직의 노조할 권리를 인정한 사례다.

판결에서 재판부는 △근로제공자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 의존하는지 △지휘·감독 관계가 존재하는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검토해 판단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특수고용 노동자가 만든 노조에 설립신고증을 내주고 있다. 대리기사들이 만든 노조의 경우 서울시와 부산시가 2018년과 2019년 설립신고증을 발부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지난 2015년 실태조사 결과, 특수고용직과 일반 노동자의 사업주에 대한 종속성 정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정부는 올해 7월부터 방문서비스 종사자와 화물차주에게, 올해 말까지 돌봄서비스 종사자와 정보통신(IT) 프리랜서까지 산재보험을 적용한다. 27만4천여명이 대상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직인데도 산재보험에 당연가입하는 대상은 보험설계사·건설기계종사자·학습지교사·골프장캐디·택배기사·퀵서비스기사·대출모집인·신용카드회원모집인·대리운전기사다. 이들은 9개 직종 47만명이다.

코웨이 코디·코닥지부(여성·코웨이 레이디, 남성·코웨이 닥터)는 3월10일 서울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설립필증을 즉각 교부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은 이날 방판 노동자들이 서울고용청 근로감독관과 면담하는 모습.

이날 코웨이 방판 노동자들은 “코웨이 지국장과 팀장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업무지시와 일상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을 한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회사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는 노동조합 설립을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쟁취하기 위한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 길에 업무태만으로 일관하며 우리의 발목을 잡는 노동청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 직후 노동청 관계자와 면담을 통해 노조 설립필증 교부 지연에 대해 항의했다.

오는 11일부터 무기한 1인시위도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2일 설립총회를 열고 출범한 코디·코닥지부는 4개월 만에 3천5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노동조합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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