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국회, 종교인 특혜 법안 처리 움직임 논란

2007년 11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권영길 후보 유세를 벌이며, 종교인 소득세 납부를 촉구하고 있다.

사실상 제20대 마지막 임시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종교인 과세를 끝내 완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0년 만에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은 종교인 과세 법안도 일부 비과세혜택을 받고 있어 조세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과세범위를 줄여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개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소득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종교인과 일반 근로자가 받는 ‘같은’ 퇴직금에 많게는 수십배의 세금 차이가 발생될 수 있다.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등 종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총선을 앞둔 여야가 종교인 특혜주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종교인의 과세 문제는 조세정의와 국민개세주의에 입각해반세기 넘게 논의돼 오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이 마저도 종교인 과세의 본질을 훼손하는 내용들이 담겨 조세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종교활동비 비과세 추가 조항(소득세법 시행령 제19조 제3항 제3호)과 종교인 세무조사를 사실상 배제하는 조항(소득세법 시행령 제222조 제3항)등이 그 예다.

실제 종교단체가 종교관련 종사자에게 지급하는 금액 상당부분을 해당 문구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어 사실상 과세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인에 대해 세무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은 국민개세주의 관점에서 조세정의 실현에 배치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종교인이 현실적인 퇴직을 원인으로 종교단체로부터 지급받는 퇴직소득에 대해 일반 근로자들과 달리 ‘종교인퇴직소득은 해당 과세기간에 발생한 소득에 2018년 1월 1일 이후의 근무기간을 전체 근무기간으로 나눈 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는 조항 도입으로 특혜를 주려하는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종교인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 범위를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 2018년 1월1일 이후 발생분으로 줄여주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2018년 이전에 발생한 퇴직금은 과세 대상에서 빼겠다는 것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지난해 2월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2019년 3월 기획재정위원회를 거쳐 7월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국회 본회의 이전단계에서 보류됐었다.

그런데 4일 사실상 제20대 마지막 임시국회의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을 상정해 안건 심사를 하기로 했다.

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퇴직금 전액에 대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일반 직장인과 달리, 종교인들은 2018년 1월1일 이후 2년여 동안 축적된 퇴직금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물게 되는 셈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해 4월 해당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가정하고, 1989년부터 2018년 말까지 30년 간 목사로 근무한 뒤 퇴직금 10억원을 받은 A씨의 세금을 따져봤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총 506만원을 부담하는 A씨와 달리, 같은 액수의 퇴직금을 받은 일반 근로자는 총 1억4718만원의 세금을 내야 했다. 종교인이 일반 근로자보다 세금을 29배 적게 내는 셈이다.

법사위의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측은 “제2소위에서 통과된 지는 몇 달 지났다, 여러 명의 판단 아래 오늘 법사위의 심사를 받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어렵사리 도입된 종교인 과세를 후퇴시키는 이 법 개정안에 반발해왔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소득세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국회 법사위원 전원에 제출한 바 있다. 납세자연맹은 당시 의견서에서 “종교인 퇴직소득세 완화 입법안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납세의무자를 우대하는 것으로 조세평등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회의 종교인 과세 완화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세형평성 훼손을 가져올 종교인 퇴직소득 계산을 다른 근로소득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산정해야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소득이 있는 곳에 예외없이 과세돼야 한다는 원칙은 조세정의실현의 기본이다. 오랜 논의와 사회적 여론에 힘입어 시행된 종교인 과세가 퇴직단계의 소득과세부분에서 결국은 법 개정을 통해 세금을 줄여주는 특혜로 인해 형해화 되어선 안된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라도, 본회의에서라도, 조세정의에 어긋나는 해당 법률안 개정 시도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도 “코로나19로 국민의 삶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논의해야 하는 엄중한 시국에 조세정의에도 부합하지 않고,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소수 종교인 특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총선을 목적에 두고 여야가 졸속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회 스스로 조세정의를 무너뜨리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또한 이날 오후 ‘종교인과세특혜법 논의 중단촉구’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해당 법안은, 이미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대형교회 목사 등 일부 종교인의 소득세를 감면해주겠다는 명백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더군다나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의 안전과 민생을 최우선으로 논의해야 할 국회가 고소득 종교인에 특혜를 주는 법안을 슬그머니 처리하려는 행태를 국민이 절대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종교인의 눈치를 보며 표를 구걸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